불편한 두 사람이 함께하면 이룰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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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두 사람이 함께하면 이룰 수 있는 일
  • 최원영
  • 승인 2024.02.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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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42화

 

 

진정한 사랑을 나누려면 먼저 내가 무엇이 부족한 사람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너에게 감사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좀먹는 벌레는 교만입니다. 내가 완벽하다는 생각은 너를 지나치게 간섭하게 해서 너를 옭아매어 버립니다.

너와 나 모두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 빈틈을 서로가 메워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이것이 서로의 사랑을 변함없이 지켜주는 열쇠입니다. 그런데 그 열쇠가 맞지 않아 사랑이 오히려 불편을 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두 분의 신부님이 쓰신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조명연, 정병덕)에는 따뜻한 사연이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책에 나오는 아름다운 세 가지 사연을 두 번에 나눠 전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사고로 두 눈을 잃은 사람이 있습니다. 낙심하며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냈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지팡이를 들고 산책을 했습니다. 거리를 거닐며 햇볕을 맞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길을 걷는데 이웃 사람이 부르더니 목적지까지 차로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동정하는 것 같아 거절하고 혼자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팡이로 땅바닥을 두드리며 가다 보니 자신의 앞에 도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빨리 지나가는 차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널 수가 없는데, 자신은 신호등을 볼 수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멈춰 서서 누군가가 자신을 데리고 도로를 건널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어떤 남자가 말했습니다.

“저와 함께 길을 걸어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했습니다. 그 남자는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았고 둘은 천천히 건넜습니다. 어느 정도 다 건넜다고 생각할 때, 자동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신호가 바뀌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게 주위에서 경적이 울리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편하게 길을 건너게끔 도와주는 이 사람이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도로를 다 건넌 뒤, 그는 자신의 팔을 잡고 같이 길을 건넌 그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할 때, 그 남자가 먼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저 같은 시각장애인을 도와 길을 건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시각장애인이었던 겁니다. 이 두 사람은 누구의 도움이 없이는 도로를 안전하게 건널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해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겁니다.

아,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겨워도 함께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려면 상대를 무조건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눈만 감아도 코를 베가는 세상이니까요. 그래도 우리는 믿어야겠습니다. 특히 함께 살고 있는 ‘너’만큼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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