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학익유수지 매립 추진... 환경단체·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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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학익유수지 매립 추진... 환경단체·주민 반발
  • 김영빈 기자
  • 승인 2024.02.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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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익유수지 매립 포기와 습지보호지역 지정 등 촉구
시의 ‘학익유수지 매립 타당성 검토 용역’ 발주 비판
항공 촬영한 학익유수지(사진제공=학산문화원)
항공 촬영한 학익유수지 (사진제공=학산문화원)

 

인천시가 ‘학익유수지 매립 및 대체유수지 조성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자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며 매립계획 포기와 야생동물보호구역 및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촉구했다. 

인천녹색연합·인천환경운동연합·가톨릭환경연대 등 환경단체와 미추홀구 6개 동 주민자치회를 비롯한 주민단체들은 15일 성명을 내 “미추홀구의 유일한 생태습지이자 철새 서식지인 학익유수지(학익용현갯골)가 민원을 구실삼은 환경파괴 토목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인천시와 미추훌구는 학익유수지 매립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환경단체와 주민단체는 “학익유수지는 갯벌을 매립하면서 생긴 갯골에 홍수 방재를 위해 조성한 시설로 한때 도심의 오수가 흘러들고 쓰레기 무단투기로 악취가 심해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2008년 이후 해수 유통, 인공섬·자전거도로·공원 조성, 상부 오염 퇴적토 준설 등을 통해 환경이 호전됐지만 시는 문화·체육공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환경을 파괴하는 매립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2022년 시민들의 모금으로 설치한 학익용현갯골 생태습지 안내판
2022년 시민들의 모금으로 설치한 용현갯골 생태습지 안내판

 

이들은 “지난해 가톨릭환경연대가 실시한 학익유수지 환경조사에서는 방게, 세스랑게, 칠게, 비틀이고둥, 기수우렁이 등 다양한 갯벌생물이 관찰됐고 야생조류 전문가와 환경단체, 주민들이 진행한 모니터링에서는 최대 59마리의 저어새를 포함해 매,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이 모여드는 생태공간임이 확인됐다”며 “특히 이곳은 저어새의 번식지인 남동유수지와 인접해 어린 저어새들이 날아와 먹이를 구하거나 쉬기 때문에 생태연구가들과 탐조활동가, 주민들이 ‘저어새 유치원’이라고 부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귀조류 생태사진 촬영 명소로 떠오른 학익유수지는 메워버려도 상관없는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 사무국을 송도에 유치한 인천시가 매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성토했다.

 

학익유수지를 찾은 저어새 등 멸종위기 물새들
학익유수지를 찾은 저어새 등 멸종위기 물새들

 

환경단체와 주민단체들은 인천시와 미추홀구에 ▲학익유수지 매립 논의 즉각 중단 ▲악취가 매립 이유라면 해수 유통을 늘려 해결 ▲유수지 상부 매립 및 개발로 인한 저수용량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준설을 해야 한다면 전문가의 분석과 자문에 따라 조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준설 방안 강구 ▲학익유수지의 야생동물보호구역/습지보호지역 지정 및 환경보전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에 참여한 곳은 ▲가톨릭환경연대 ▲관교동(주민자치회, 새마을부녀회, 새마을협의회, 사회보장협의체, 통장자율회,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협의회, 방위협의회, 여성방범회) ▲용현2동 주민자치회 ▲용현3동 주민자치회 ▲인천녹색연합 ▲인천야생조류연구회 ▲인천환경운동연합 ▲저어새NGO네트워크 ▲주안1동 주민자치회 ▲주안3동 주민자치회 ▲학익1동(주민자치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방위협의회, 자율방범대) ▲학익1동 마을을 걷는 사람들 ▲한국탐조연합이다.

한편 시(자연재난과)는 13일 ‘학익유수지 매립 및 대체유수지 조성 타당성 검토 용역-용역사업 집행계획 및 사업수행능력평가서 제출 안내 공고’를 냈다.

용역비는 3억2,996만여원, 용역기간은 착수일로부터 300일이다.

시는 용역의 목적에 대해 과업지시서에 ‘학익유수지 및 빗물펌프장 이전을 포함하는 침수방지시설 건설사업의 필요성 및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시행하고 학익유수지 매립 및 대체유수지 조성에 따라 발생할 사업비 산정, 경제성 분석과 이해관계자들(지역주민, 전문가,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며 사업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건설공사진흥법‘에 따른 건설공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명시했다.

과업의 공간적 범위는 학익유수지 유역면적 14.99㎢(1,499만㎡)다.

시는 주요 쟁점으로 ▲방재-학익유수지 매립을 가정해 재해 발생 가능성 검토 필요 ▲환경-유수지 발생 악취 비교·분석 필요(해수 유통으로 악취 無 VS 여름철 악취 진동) ▲생태-매립 시 조류 서식처 및 조간대 소멸로 갯벌생태계에 악영향 초래 우려 ▲비용-매몰비용(친수공간 조성 172억원, 유수지 준설 50억원 등) 발생 및 하수도 지·간선관로 정비 등 부대비용 고려 필요 ▲공익-유수지 매립 후 매각해 산업시설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의 공익적 타당성 검토 ▲민원-유수지 이전 설치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및 주민과의 마찰 고려를 제시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이처럼 예상 쟁점을 잘 알고 있는 시가 학익유수지 매립을 전제로 대체유수지 조성을 강행하려는 속내를 모르겠다”며 “학익유수지는 환경개선에 박차를 가해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인천의 대표적 생태공간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일부 오해한 것 같은데 이번 용역은 학익유수지 매립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18년 개발부서가 실시한 '매립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검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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