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섬 자월도에서 '도도하게' 하룻밤
상태바
치유의 섬 자월도에서 '도도하게' 하룻밤
  • 이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22.11.29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섬, 도도하게 즐기기]
(1) 자월도 1박(상)
인천시와 옹진군, 인천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도도하게')라는 관광상품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 소재한 7개의 섬에서 최소 하루(연평도, 자월도)부터 4박5일(백령‧대청도)까지 머물며 그곳의 자연과 문화를 만끽하는 체험형 관광상품이다. 코로나 펜데믹의 와중에도 운영 첫 해 4백명이 넘게 참가했고, 올 해는 11월 현재 1천여 명이 다녀왔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도도하게'의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이 지난 11월 26일 자월도에서 열렸다. 현장 동행기와 함께 내년 계획 등에 대해 이상구 인천in 시민기자가 연재한다.

 

 

아침 7시 20분, 인천연안여객터미널 2층 고객 라운지. 관광객 차림을 한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이드로 보이는 한 남성(권상호 가이드)이 ‘인천섬 도도하게 살아보기’라 적힌 작은 깃발을 꺼내들자 일제히 그 아래로 집합했다. 권 가이드는 환영인사와 함께 상품안내 리플릿과 설문지 등을 나눠주고 여행 시의 주의사항과 향후 일정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대부고속훼리. 인천항에서 자월도 대소 이작도꺼지 운행한다.
자월도 가는 대부고속훼리선의 선실 내부. 특이하게도 의자 없이 바닥에 앉는 좌식구조였다

아침 7시 50분 대부고속훼리 차도선은 승객과 자동차를 가득 싣고 인천항을 출발했다. 부두 건너편 상가의 옥상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특이하게 배 안의 선실에는 의자가 없고 그냥 방바닥에 앉는 좌식구조였다. 승객들은 적당한 곳에 짐을 내리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리 뻗고 누워 새벽에 나오느라 밀린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음료와 다과 등을 파는 배 안의 매점은 이미 성업 중이었다. 거기 메뉴엔 ‘화투’가 끼어 있었는데, 다행히(?) 그걸 이용하는 승객은 없었다.

9시 18분 드디어 자월도의 달바위 선착장에 도착. 섬 이름에도, 선착장에도 ‘달’ 자가 붙는다. 아무래도 이 섬은 달과 보통 인연이 아닌 듯싶다. 관광객을 처음 맞는 선착장 간판도 커다란 초승달 모양이다. 자월을 강조하려 한 듯 빨간 색을 칠했는데, 조금 색이 바래 분홍색으로 변해있었다.

관광안내소 앞에 모여 권상호 가이드로부터 간단한 섬 소개와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단체로 기념촬영을 했다. 출발할 땐 우리 편이 누군지 몰라 잘 몰랐는데 함께 한 일행이 꽤 많았다. 2, 30대 젊은 커플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세대를 망라한 여행단이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순수 참가자만 42명이라고 했다. 신청했다가 안타깝게 탈락한 이마저 있다고 했다. ‘도도하게’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제6차 자월도에서 도도하게 살아보기 참가자들 모두 42명이 함께 했다
제6차 자월도에서 도도하게 살아보기 참가자들 모두 42명이 함께 했다

10시 20분 숙소 도착. 참가자들이 많아 3곳의 펜션에 나누어 방을 배정했다. 기자에게는 아일랜드 펜션의 2인실을 내주었다. 대체로 깔끔하고 아늑했다. 방에 은근히 밴 시골냄새는 그냥저냥 참아 넘길 만 했다. 수건이나 이불도 깨끗하게 빨아 햇볕에 말린 것 같이 깔깔했다. 주방용품도 가지런히 잘 정돈 돼 있었다. 

이 집 주인장인 강재모(62)사장은 섬의 토박이다. “외지 사람들이 한 철 장사하는 펜션들이 많은데 우리는 사시사철 영업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도 억양이 조금 섞인 사투리를 써가며 농담도 잘 하는 분이었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충청도 당진, 서산 쪽에서 건너와 사는 분들이 많아 여기 섬 사람들의 말투에 충청도 사투리가 섞였다고 했다.

아일랜드 펜션의 객실. 깔끔하고 아늑했다
아일랜드 펜션의 객실. 깔끔하고 아늑했다

10시 40분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첫 번째는 ‘목섬 트래킹’이다. 섬의 북쪽에 있는 하늬께 해변의 목섬을 일주하는 코스다. 트레킹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산책 정도? 언덕 꼭대기 정자에서 바라본 풍광이 아름다웠다. 날씨마저 좋았다. 해변 이름처럼 바람은 세찼지만 춥기보다는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그 길을 함께 걸은 서광수(65), 박용옥 부부는 “봄, 여름엔 동해안 쪽 해파랑길을 코스 따라 걷는데, 여기 풍광도 그에 못지않다”라며 “(도도하게 프로그램을)지인 소개로 알게 됐는데 좀 더 빨리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부의 머리칼은 일부러 그리 맞춘 듯 하얗게 세어 있었다. 연륜만큼 그윽한 사랑이 느껴졌다.

하늬께 해변의 목섬. 나무데크로 이어진 트레킹 코스가 좋다
하늬께 해변의 목섬. 나무데크로 이어진 트레킹 코스가 좋다
목섬 트레킹에서 만난 서광수 박용옥 부부. 도도하게를 너무 늦게 알아 아쉽다고 했다.

12시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섬에서의 첫 식사다. 면사무소에서 가까운 ‘미란네 식당’이 오찬장이었다. 점심 식사의 주 메뉴는 병어조림. 어른 손바닥만 한 병어가 각 1마리씩이었다. 양념게장, 코다리 조림 등 밑반찬만 10가지가 넘었다. 게다가 그날이 마침 식당 집 김장하는 날이었다. 절인배추와 김치 속까지 넉넉하게 내주었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맛깔났다. 간은 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심한 듯, 미각을 간지럽혔다. 마주 앉았던 임광주(82)씨는 “원래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 입맛에 맞춘 듯 딱 맞았다”며 점심 밥상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큰말 어귀의 미란네 식당. 오성급 레스토랑 안 부럽다
첫번째 점심식사의 주요리인 병어조림
큰말해변 방파제에 펼쳐진 간이 카페. 마땅히 차 마실 곳이 없어 여행사 측에서 제공한 현지 서비스다

13시 30분 큰말 해변 끄트머리에 있는 방파제에 작은 카페가 문을 열었다. 현지에서 실제 관광상품을 운영하는 여행사가 특별히 마련한 코스다. 커피와 한국 차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 인스턴트였지만 바닷가에 한가로이 앉아 마시는 커피의 향은 남달랐다. 

카페 여사장 격인 N투어의 권정은 전무는 “섬에 마땅히 차 마시고 얘기할 장소가 없어 준비한 서비스”라며 “여러 섬에서 비슷한 상품을 운영해 봤지만 여기 자월도만큼 주민들이 적극적이고 협조적인 섬이 없었다”라며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14시부터 16시 50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해거나, 걸어서 섬을 둘러보거나 선택은 오롯이 여행자의 몫이다. 기자는 산행을 택했다. 이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기로 한 거다. 해발 165m의 국사봉이다. 면사무소에서 오르면 약 1.5km정도. 정상까지 2~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산행이라 하기에는 약간 멋쩍긴 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발 아래 풍광은 장쾌했다. 가까이는 영흥 화력발전소에서 멀리는 송도국제도시의 스카이라인까지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었다.

국사봉 정상의 정자, 올라 서보면 사방이 장쾌한 광경이 펼쳐진다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점심식사시간 때 눈여겨 봐 두었던 공소까지 들러 봤다. 인천 연안동 성당의 자월공소다. 식당과 면사무소 사이의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공소란 주임신부 없이 천주교 교우들끼리 만든 공동체를 말한다. 

주일에만 교우들의 공소예절이 행해지는 곳이어서 토요일 오후에는 아무도 없었다. 슬레이트 건물 한 동과 마당 한편의 마리아 상이 전부였다. 크기는 작고 소박했지만 분위기는 엄숙하고 경건했다. 샌들을 신지 않은 맨발 차림의 마리아 상이 눈에 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