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2심 유죄…"불특정 다수, 원인을 모르는 상태로 큰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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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2심 유죄…"불특정 다수, 원인을 모르는 상태로 큰 고통"
  • 인천in
  • 승인 2024.01.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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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애경 前대표, 1심 무죄 뒤집혀 2심 금고 4년
인천지역 피해 신고자 545명, 이중 141명 사망
인천환경운동연합 "유죄 선고는 다행이나 형량 매우 아쉽다"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이날 예정된 가습기살균제 2심 선고를 치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 인근에서 이날 예정된 가습기살균제 2심 선고를 치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2심에서 금고 4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함께 기소된 회사 관계자 등 11명에 대해서도 금고 2년∼3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인천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545명(2023년 7월 기준)으로 이중 26%, 141명은 사망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연수가 118명으로 가장 많고, 서구 104명, 남동구 98명, 부평구 83명의 순서다. 신고자 중 피해구제법 인정자는 345명이며 이중 사망 95명, 생존 250명이다. 또한 피해신고자가 아닌 건강피해인구로 추산되는 숫자는 54,224에 달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완전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고인들도 긴 수사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지만 피해자나 그 가족의 고통에 비할 수 없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11일 논평을 통해 "3년전의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것을 다행이지만, 2심 유죄판결의 형량은 매우 아쉽다"며 "검찰의 구형량 금고 5년은 이번 피해자의 규모와 심각함을 볼 때 솜방망이인데 그 형량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1심은 CMIT·MIT가 폐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고려하면 CMIT·MIT가 이 사건 폐 질환 또는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등의 구체적 인과관계의 신빙성도 인정된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이 1994년 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는 내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CMIT·MIT 성분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이듬해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실험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계속 판매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2년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될 때도 유공 제품 출시 당시 나왔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과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는 피해자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2018년 1월 징역 6년이 확정됐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CMIT·MIT 성분과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2016년 첫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본 사건으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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